전북도의회에서 시작한 의원 재량사업비(주민숙원사업비) 폐지 움직임이 공무원 노조를 통해 전북 각 시군으로, 또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비리와 검찰 수사로 문제점이 드러난 '재량사업비'를 전북도의회가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공무원 노조가 전북 각 시군도 재량사업비 폐지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전라북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15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의회 의원들의 재량사업비 폐지 결정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각 시군 의회에서도 법령이나 조례에 근거가 없는 의원 재량사업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량사업비는 지방 의원의 재량으로 예산 사용처를 정해 사용했기 때문에 항상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며 "재량사업비를 폐지해 주민참여 예산제 등 행정절차에 근거한 제도를 활성화하고 절감된 예산은 일자리 창출, 가뭄 극복 등 주민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의회에서 시작한 재량사업비 폐지를 전북 각 시군도 받아들이고, 전국 자치단체로 확대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황현 전북도의장이 지난달 18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 의회 의장 협의회에서 재량사업비 폐지 동참을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재량사업비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말들도 나왔다.
한 노조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간의 보이지 않는 주고받기식 재량사업비 편성 움직임에 공무원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에게 인사권이 있으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답습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공무원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북공무원노조연맹은 전북도청과 군산·익산·정읍·김제시, 완주·진안·임실·고창군 등 9개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연맹에 속하지 않은 전북지역 시군 중 부안군과 무주군은 재량사업비 폐지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연맹은 전주시, 남원시, 순창군 공무원노조와도 동조할 계획이다.
최일호 전북공무원노조연맹 위원장은 "각 단위조합 별로 시군의장단을 만나서 재량사업비 문제를 논의하고 폐지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노컷뉴스 / 임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