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쓰레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도내 한 읍사무소 공무원의 글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시 모 읍사무소 공무원 김모(녹지 8급)씨는 지난 15일 공무원 내부 전산망에 '청소부가 된 공무원' 사연을 올렸다.
김씨는 "연일 무더운 날씨에 불철주야 휴일도 없이 클린하우스 불법쓰레기를 치우느라 고생하시는 많은 주사님 앞에 용기 내어 한 마디 올린다"며 운을 뗀 뒤 임시방편에 그친 쓰레기 처리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민원이 빗발쳐서 불법쓰레기를 어쩔 수 없이 치웠다. 치워도 치워도 화수분처럼 불법쓰레기가 배출되지만 그래도 내 옆 동료와 계장님은 어쩔 수 없이 거의 매일 클린하우스의 무질서와 난장판을 정리하러 다닌다"고 읍·면 지역의 쓰레기 실태를 전했다.
김씨는 "도나 시청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지적하지 않아도 (읍사무소 직원들은) 클린하우스의 불법쓰레기를 치우느라 민원의 최일선에서 매일매일 청소부가 됐다"며 힘 없는 최일선 공무원들이 얼마나 더 묵묵히 희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3월 제 옆에서 클린하우스 담당자로 근무하시던 주사님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돌아가셨다"며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힘든 건, 청소행정의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인구 증가와 관광객 증가로 무질서와 불법쓰레기가 끊이지 않는데도 임시방편 땜질 처방과 무대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담당자와 같은 계 직원, 단기 아르바이트 대학생만으로 관내 220개 클린하우스의 불법쓰레기를 치워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솔직히 청소행정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읍·면의 애로사항에 관해 관심이 있기나 한 것인지 답답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실효성 있는 정책, 합리적인 제도정착 등 문제 해결 도출을 위해서는 사실에 입각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씨의 글은 공직 내부로 전파됐고 공무원 노조가 움직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는 20일 성명을 내어 "클린하우스 제도의 긍정적 평가는 지속 전파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음지에 가려져 있다"며 클린하우스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출처 : 연합뉴스 / 변지철 기자 bjc@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