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중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조치는 인권 침해 여지가 있어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국가 및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중 화장실 사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공무원 필기시험은 짧게는 90분(5급 1차) 길게는 140분(7급)까지 진행한다. 부득이한 경우 소리나 냄새가 나지 않게 특수 제작된 간이소변기·우산을 제공해 응시자가 응시장 뒤편에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인권위는 "화장실 사용제한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필기시험 시간을 조정하거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 등은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시험은 공정성이 필요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면 다른 수험생에게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험의 공정성·신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수험생의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시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자격증 시험과 달리 평균 경쟁률이 100대1이 넘고 1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며 "부정행위 가능성을 철저히 예방하는 등 엄격한 시험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소변주기가 짧은 임산부와 과민성대장(방광)증후군 환자·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는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관계기관에서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시험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유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엄격한 시험관리가 요구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험생의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고 있다"며 "응시생의 화장실 이용 제한이 필수적으로 전제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 : 머니투데이 / 방윤영 기자 byy@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