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이 ‘9·28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공무원들의 비위를 경찰에서 통보받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체 조사를 근거로 경찰 수사를 180도 뒤집으면서 불리한 증거들은 ‘면죄부’를 주기 위해 아전인수격으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법무감사담당관실은 ‘비위 통보 공무원 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식사 접대와 향응·현금 수수 혐의로 비위 통보한 조세심판원 소속 공무원 2명에 대해 각각 자체 종결(무혐의) 또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강남지역 성형외과 원장의 탈세사건을 수사하다 로비 창구로 지목된 세무사 신모씨와 해당 공무원들의 부정 접촉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은 조세심판원 6급 ㄱ씨(39)가 2014년 3월 세종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씨로부터 19만8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받은 데 이어 유흥주점에서 150만원 상당의 주류를 접대받았다고 통보했다. 또 같은 기관 5급 ㄴ씨(50)가 같은 해 6월 9만8000원 상당의 식사와 현금 50만원을 수수했다고 국무조정실에 전달했다. 경찰은 “신씨가 평소 관리하던 수첩 또는 비망록에 있던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위 사실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정부청사관리소에 출입기록을 조회했고 ㄱ·ㄴ씨와 세무사 신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ㄱ·ㄴ씨는 식사를 함께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향응·현금 수수는 부인했다. 신씨도 “장시간에 걸쳐 조사받는 과정에서 심한 당뇨를 앓고 있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진술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국무조정실은 ㄱ씨가 신씨와 10여년 전부터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러나 담당업무를 고려할 때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체 종결’ 처분을 내렸다. ㄴ씨에 대해서는 신씨가 대리인을 맡은 조세심판 청구사건을 담당해 직무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두 사람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식사만 접대받은 것이라면 금액이 소액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ㄱ씨의 처벌 수위에 대해 묻는 정 의원실 질의에 “수수한 금품가액이 100만원을 초과했으므로 직무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ㄴ씨에 대해서는 “수수 가액인 59만8000원의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며 징계 대상에도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부처 간 이견 조정 역할을 해야 할 국무조정실이 되레 법 시행을 앞두고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면서 “객관적인 증거 수집을 통해 징계 수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 경향신문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