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안간 여성 공무원은 안보의식이 부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군부대 체험 행사가 도마에 올랐다.
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안보의식이 부족하다”는 게 타당한지, “군부대 체험을 통해서 안보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것인지”가 쟁점이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2일 공군제1전투비행단에서 을지연습 기간, 통합방위 유관기관 여성공무원 군부대 체험을 실시했다.
2016년 을지연습은 22일부터 25일까지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전국 시·군·구 이상의 행정기관과 주요 민간업체 등 4000여 기관, 48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되고 있다.
광주시 을지연습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행된 군부대 체험에는 광주시청 40명, 시 교육청 50명, 광주과학기술원 20명 등 총 7개 기관 135명의 여성공무원들이 참여했다.
시교육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군부대 체험의 취지는 “군 경험이 없는 여성 공무원들이 을지연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것”이다.
군 경험이 없는 여성의 경우, 안보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걸 전제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이다.
이와 관련 백희정 광주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안보의식의 유무가 병역여부로 결정되는 것은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백 대표는 “국가재난상황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는 증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광주시가 말하는 ‘안보의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의문은 공직자로서 가져야 하는 안보의식이라는 게 병영체험을 통해서 함양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다.
광주시에서 추진한 군부대 체험 내용은 부대소개영상 시청, 군장비와 물자견학, 병영식사 체험 등이다.
이에 대해 병역을 이행한 한 남성 시민은 “잠깐 군대 시설이나 장비를 둘러본다고 해서 안보의식이 함양된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라며 “보여주기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동석 광주전남 평통사 사무국장은 이 부분과 관련해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 사무국장은 “을지연습이 전시상황을 가정한다고 할 때, 굳이 여성들을 군대로 데려가야 했는가”라며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를 입는 계층이 여성과 노약자인데 이들에게 무기를 보여주고 군대 식사를 먹이는 건 전시훈련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로 거론되는 논점은 이 행사에 여성들이 직·간접적으로 동원된 측면은 없는지 여부.
관련기관 관계자는 참여 희망 여성 공무원들의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공직사회에서 명확한 지침은 간접적 강제성을 갖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김경래 전남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군부독재체제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이 사회적 콤플렉스를 갖도록 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며 “군대에 발이라도 디뎌야 공직사회에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는 논리가 남성들의 특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 기관의 관련 보도자료에도 “여성 공무원이 (병영체험을 통해) 을지연습에 공감대를 갖게 됐다”고 명시하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어 김 교수는 “타 지역에서는 이런 경우(여성 공무원 병영 체험)가 드문데, 군부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서 군사문화의 잔재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출처 : 광주드림 /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