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의 편의를 봐 준 대가로 “강남구의 아파트를 달라”고 요구한 5급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공무원은 해당 아파트를 5억여원 싸게 매입하는 등 7억여원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서울시청 사무관 이모씨(56)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의 범행은 그가 강남구청 건축·주택과에서 6급 대우로 근무하던 2002년 시작됐다. 강남구에 건물을 짓고 있던 ㄱ건설사 이모 대표에게 수시로 찾아가 ㄱ사의 건축허가, 용도변경 등 행정 편의를 봐줬다. ㄱ사가 사려는 땅의 매입 자금을 일부 조달해주고, 해당 부지의 건축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이씨는 2004년 이 대표에게 “내가 도와줘 큰 이익을 얻게 되지 않았느냐.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강남 쪽으로 와서 가르치고 싶으니 압구정동 아파트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11억5000만원 상당의 195㎡(59평) 아파트를 6억원에 넘겨받았다. 차액 5억5000만원을 뇌물로 받은 것이다.
이씨는 이외에도 “원래 안되는 허가를 내줬으니 승용차를 뽑아달라”고도 요구해 그랜저 차량을 받고 차 보증금과 리스료 4950만원을 받았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1억원을 받기도 했다.
그가 2009년까지 받은 뇌물은 모두 7억7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뇌물을 건넨 이 대표는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 7년이 지나 불기소됐다.
하지만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공무원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출처 : 경향신문 /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