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느닷없이 시장·군수, 지방의원 등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예산으로 성과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정치인 포상금 규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서 논란이다.
행정자치부가 이날 공개한 새로운 제도는 세금을 더 걷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포상금 지급 대상자 중에서 지방 정치인만 솎아내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공무원과 민간인은 포상금을 지급해도 괜찮고, 정치인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줘서는 안된다는 이분법적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중앙통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행자부가 이날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성과금 운영규칙 개정안’에는 예산 성과금 지급 대상에서 선출직 공무원을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행자부는 다음달 12일까지 의견수렴을 한 뒤 26일께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선출직 공무원에 해당되는 경기지사, 시장·군수, 경기도의원, 시·군의원 등 경기지역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이끌고 있는 정치인 591명은 세금 징수 기여도 여부과 관계없이 성과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는 공무원, 민간인은 물론이고 선출직 공무원도 성과금 지급 대상 범주에 포함돼 있다.
경기도가 세금을 더 걷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기도의원 2명에게 각각 성과금 2천만 원을 지급한 것이 이번 개정안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해당 의원들의 역할로 도 세입이 늘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포상한 것”이라며 “당시 관련 법령을 위배해서 성과금을 지급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준(고양2), 양근서(안산6) 도의원과 공무원 등 모두 8명에게 성과금 6천3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의원은 75%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세 감면율을 30%로 낮추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에 기여했고, 그 결과 경기도는 지난해에만803억여 원의 세입 증대 효과를 거뒀다. 양 의원은 OB맥주사에 남한강 물을 공짜로 사용해온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최근 5년치 하천수 사용료 43억7000만 원을 징수하고, 매년 매년 18여억 원의 사용료를 걷어들일 수 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행자부는 선출직 공무원에게 지방정부의 예산으로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지방의원이 본연의 의무를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일반 공무원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성과를 보다 잘 냈다고 해서 사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방의원이나 단체장들은 피감기관이 아닌 주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선출직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이재준 경기도의원은 “경기도 행정내부에서 성과를 낸 것도 아니고 외부기관을 상대로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 잡아 그 공로를 인정 받았던 것인데 행자부가 문제로 삼아 규칙 개정까지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성과금을 받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원들도 업무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물론 성과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한 범위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무리하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출처 : 중부일보 / 천의현기자 mypdya@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