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최근 파면됐다. ‘파면’은 공무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막말 파동으로 파면을 당한 사례는 나 전 기획관이 처음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도 진경준 검사장에 대해서 법무부에 ‘해임’을 권고했다. 현직 검사장으로 구속된 사례도 진 검사장이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중징계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권에 따라 공무원 징계건수도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이데일리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간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의 징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4645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중 약 0.5% 정도가 해마다 징계를 받은 셈이다.
공무원 징계 건수가 가장 많았던 때는 이명박정부 3년차인 2010년으로 한 해 5818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는 참여정부 3년차(2005년, 3934명), 박근혜정부 3년차(2015년, 4846명)와 비교해도 1000명 이상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명박정부 때 공무원 징계 수치가 늘어난 이유로 공무원·교원 노조의 반정부 시위를 꼽는다. 특별히 이맘때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두드러져 징계가 는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2009년 하반기에는 정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보내 공직기강 확립에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한 배경에는 공무원노조 등의 반정부 시위가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09년 6월18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민주공무원노조와 공무원노조, 법원노조 간부들도 여기에 동조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이들 시국선언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 및 징계 조치했다.
김태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공무원 노조의 정치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핑계로 징계를 남발한 경향이 있다”며 “시국선언 이후 전국적으로 노조지부장 등 공무원들이 수백명씩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2012년 5145건에 이르던 공무원 징계건수는 박근혜정부 들어 4840건(2013년), 4655건(2014년)으로 감소하다가 최근 들어 반등했다.
지난해 4846건의 징계 중 절반이 넘는 2518건이 국가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였다. 특히 정직·강등·해임·파면에 해당하는 중징계는 771건으로 2013년의 666건을 크게 앞질렀다.
2014년의 경우 세월호 침몰 참사로 해경과 해양수산부 관련자 50명이 무더기 중징계를 받으면서 징계건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어 인사혁신처 신설로 ‘공직기강 확립’은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공직자 징계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공직비리가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정부가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을 강하게 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앞으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징계 건수는 더욱 늘 수 있는데 이 또한 비리가 늘었다기보다 규제가 강화됐다고 봐야 한다.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가 투명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징계 남발이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정부 사업부서에서는 사정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웬만한 사업들은 아예 덮어버리거나, 추진을 보류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과실로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사정 바람이 불어온 역효과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사기능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무원들은 무사안일주의, 복지부동이 된다”며 “처벌위주의 감사가 지금까지 기조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 불가피하게 발생한 과실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이데일리 / 이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