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한 여수시 간부(5급) 공무원이 민선 여수 시정을 비판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내 공직사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발언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여수시는 28일 오후 2시 여수문화홀에서 12명의 명예퇴임 및 공로연수자와 가족, 주철현 시장, 공무원 등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하반기 퇴임 및 공로 연수식’을 가졌다.
이날 퇴직한 이 간부 공무원은 관행적인 의전 멘트 대신 퇴직이라는 ‘삶의 매듭’을 지으면서 소회 몇 마디 하겠다며 ‘명예 퇴직 인사’ 제목의 글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전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겪은 민선 시정과 일부 공무원의 행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의 잣대를 들이댔다.
그는 먼저 “늘 낮은 자세로 ‘시민의 뜻이 정책이 되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소통 여수’를 만들어가는 민선6기 시정철학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선시절 입문하여 지방자치시대로 사회적 시스템이 변화된 36년여 세월을 시민과 함께 했다. 인간적인 양심과 소신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데 집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공직자는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키는 것이 도리이다. 도리를 다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직자에게 부여된 권한은 일정 기간 동안만 그 역할을 하게 되는 ‘위임된 권한’일 뿐이다. 본래부터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절대 권력이 아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역사의 경고를 우리는 현실적으로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민선 권력은 늘 초심은 흐지부지 되고 위임자인 ‘정주 시민’의 존재가치는 표심으로만 잠시 대우 받는다”고 했다.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코미디 같은 반칙과 특권 그리고 안하무인의 잣대로는 상식과 원칙을 결코 바로 세울 수 없다”고 했다.
“지역에서 인맥으로 얽힌 권력구조와 견제 세력이 없는 민선시대는 공무원의 정당한 권리와 인격, 전문성을 가볍게 무시한다. 특히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은 소통인데 ‘바른 말, 쓴 소리’로 들리면 포용하려 하지 않았다”며 “원만한 인간 관계형성이 될 리 없으며 일방통행·불통조직이 되고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언영색(巧言令色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 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의 면전복배(面從腹背 뜻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함)하는 자들이 꼬임이다. ‘알아서 기는 예스맨’들이 시정의 중심부로 발탁되어 호가호위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강은 형식적인 긴장모드가 되지만 대다수 선량한 공무원들은 침묵하고 냉소주의가 팽배해진다고 했으며 일부 구성원의 비리, 일탈행위가 때때로 이슈화되고 그러면 공직신뢰는 한방에 휘청거리며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는 공염불이 된다”고 했다.
특히 “민선 리더십은 도의적·상징적 책임 외에 실질적 책임을 질 일도, 책임진 사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민여러분’으로 시작되는 ‘우아한 정치언어’로 민심을 현혹한다. ‘법대로’라는 권위주의로 소시민들을 주눅 들게 한다. 치적 내세우기와 표심에는 전전긍긍한다”고 했다.
지방행정 작용은 시민 생활 전반에 걸친 다종다양한 종합행정을 통해 ‘사람 중심의 행복한 시정’ 만족도를 충족시켜야 하는 목표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배를 승진시키면 선배가 알아서 옷을 벗는 권력기관의 상명하복, 일렬종대 조직이 아니다. 공직경험도 전무하고 보편적인 자질도 함량미달인 정치꾼들이 선거판마다 이런저런 연고와 인연으로 기웃거리다, 하루아침에 공식·비공식 유력인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갑질이 시작된다. 공직사회의 시달림은 4년 주기로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속칭 유력 인사들의 이해타산적인 청탁, 압력 소음지수가 높아진다. 권력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애꿎은 공무원을 탓하며 불편해 한다”고 했다.
더욱이 “정직하게 소신껏 양심적으로 임무수행을 위해 노력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다. 때론 이해 당사자들의 무개념 안하무인 반발로 소란스러워 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칭찬, 공감, 지지 등의 진정성은 권력의 입맛대로 비틀고, 의심하고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 있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의 ‘자기사람들’을 곳곳에 포진시킨다. 시민의견 청취라는 형식적인 명분으로 이것저것 사전 검토·협의를 받게 한다. 근거 법 규정은 없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이는 민선시대의 민낯일 뿐이다”며 직업 공무원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임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또 “선거판마다 비선실세가 득세한다. 작금에 이르러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으로 나라까지 말아먹고 있는 한국사회는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소신이 강하면 절대로 안 되는 참담한 시대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민선6기 주철현 시장을 향해서도 강한 쓴 소리를 했다.
그는 “공무원은 법률적으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 공직자는 법정 재직기간 동안 적법한 범위 내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때문에 공무원의 신분에 관한 처분은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을 상식에 반하는 권위주의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조직 내 공식적인 검증시스템을 정상 작동하여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옳다”며 “평가와 신상필벌은 법 규정에 근거하여 기본과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고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대장’이니 ‘충성’이니 하면서 상사의 눈치나 보고 순응하는 척하는 공직사회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추진한 공무원에 대해 이해와 배려는 인색하고 권력이 의도한 바와 ‘다르다’는 이유로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 ‘강성이다’, ‘융통성이 없다’ 등 인격을 모욕하고 입맛대로 매도하는 일은 사람이 할 짓은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평생을 징계 한 번 받아 본 적 없고 법적으로도 흠결 없는 공무원에게 아무런 소명 절차도 기회도 없이 어마 무시한 권력의 입맛대로 인사권을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은 상식도 원칙도, 정치적·법률적 판단도 아니다”며 “소탐대실의 오만과 독선이고, 인간적인 배신행위일 뿐이다”고 직격했다.
그는 “‘공직은 명예와 자부심을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공개 편지글을 읽은 적이 있다”면서 “시류에 편승하여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으며, 권력 앞에 머릴 조아리고 줄서기 하지 않았다”며 “이 두 가지 이유가 나의 상대적 ‘다름’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공직의 삶은 ‘나다움’ 즉, ‘인간 000다운 공직자’로 살아야 한다는 정정당당한 소신과 자존감과 열정으로 열심히 살아버렸다. (그런데)공직 마무리 시즌에 이르러서야 돌이킬 수 없는 착각인 줄 알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민선 권력의 원론적인 지시는 반대로 해석하는 편이 토사구팽의 치욕을 면하는 ‘현명한 처신’일지도 모른다. 권력 앞에 당당한 공무원은 아예 공직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염려와 충고를 수도 없이 듣고 살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 비굴해질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승진·영전에 급급하고 상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럴듯한 치적을 앞세우려 서두르게 되면 비굴해지며, 정도를 벗어나게 된다”고 후배 공직자들에게 충고했다.
특히 “승자독식 민선권력의 화려한 치적 내세우기의 이면에는 권력자들의 지시명령으로 추진하다 흐지부지 덮어버리거나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비효율적인 시책, 근시안적인 난개발 사업, 각종 용역사업 등 혈세낭비의 잔재들을 강 건너 불 보듯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서장이 관리하는 당해 시점의 ‘예산 관리’만 똑바로 해도 상당한 절감효과와 투입 성과를 크게 거양할 수 있었다”며 “공직자는 늘 자신의 직분에서 공익실현의 국가작용에 충실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잘못된 시민의식을 올바르게 바로잡는 기능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무엇보다 “지역정서와 민심을 정확히 읽고 일그러진 삶의 현상들을 바로 잡아야 할 주체는 바로 공직자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며 “때마다 나에게 멘토 역할을 청했던 가까운 동료, 선후배, 지인들의 이중성은 참으로 난감했다”고도 했다.
그는 “사리에 반한 지시와 행동이 바르지 못한 상사에게는 언제나 당당하게 대응하고 살아 왔다”며 “나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시대가 선호하는 복지안동(직장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권력의 향방을 살피기 위해 눈만 굴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 모드로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기회주의적 순발력’을 잘 발휘한다면 여러분의 공직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회적으로 충고했다.
이제 “공무원의 기본적 권리와 인격을 무시한 채 사조직인양 인사권을 휘두르고,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하는 서글픈 현실 등 모순과 비정상으로 점철된 공직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나의 상대적 ‘소신 대응 모드’를 해제하고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모두 내 탓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임을 공직 마무리 시점에 너무 늦게 깨달았을 뿐이다”고 후회성 발언을 했다. 그러나 늘 ‘나다운’ 공직생활을 공감해 주고 용기를 준 선후배, 동료, 친구, 지인 등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동료 공무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동조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한 때 동료로서 듣기에는 다소 거북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공무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이 아닌, 민선 시정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한 만큼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접한 한 시민은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제왕적 권한과 일부 공무원의 정치적인 행태 때문에 나머지 공무원들까지도 욕을 먹는 것 같다. 공무원들이 바로 서야 이 도시가 바로 서지 않겠냐”고 말했다.
출처 : 동부매일 /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