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규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입찰참가자격 요건을 강화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19일 광주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박길성)는 전남의 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A씨가 해당 단체장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처분 취소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회계 부서에 근무하던 A씨는 2014년 자신이 근무하는 자치단체 100억대 종합시설공사 입찰 업무와 관련, 산업디자인전문회사를 입찰참가자격에 포함시키는 등 과도하게 입찰자격요건을 강화했다는 사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앞서 하급 공무원 B씨는 ‘입찰참가자격에 산업디자인전문회사가 포함되도록 검토하라’는 A씨의 지시에 ‘전남도 내 참가가능 업체가 124개에서 9개로 대폭 줄어들어 경쟁이 크게 제한될 뿐만 아니라 관련 사례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 공사 계약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도 ‘입찰참가자격제한이 과도하고, 이로 인해 담합 가능성도 있다.
용역계약도 아닌 시설공사에서 산업디자인전문회사 면허까지 포함시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입찰 참가 자격이 과하다는 민원이 빗발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후 B씨가 ‘과도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라며 입찰공고문 작성을 거부하자 A씨는 직접 기안, 과장과 부군수의 결제를 받아 입찰공고했다.
입찰은 실제 2개 업체만이 경쟁하는 구도 아래에서 특정 건설회사 등 공동수급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처분을 받은 A씨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업무처리절차와 방식을 창의적으로 개선하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며 “임무를 해태하거나 성실의무를 저버린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계약 담당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계약이행에 불필요한 자격요건을 요구하거나 1개의 등록만으로 계약이행이 가능함에도 2개 이상의 등록을 요구하는 등 과도하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이 공사는 이미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통해 설계도면과 시방서 등이 확정돼 있는 시설공사이다”며 “기본계획수립 내지 산업디자인용역 발주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산업디자인전문회사는 해당 공사의 이행에 불필요하다. 종합공사업만으로도 공사의 계약이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초자치단체에서 발주한 공사 중 지난 5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이다. 입찰참가자격을 결정하는데 관련 법령의 충분한 검토 등이 있어야 했다”며 A씨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출처 : 에버뉴스 / 이종민 기자 min0727@eve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