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청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관내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가진 면담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발언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 논란이 일고 있다.
송숙희 사상구청장은 지난달, 구청장실에서 주례2구역 재개발 반대 주민들과 관련 부서 공무원 3명이 함께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면담은 주례2구역 철거 과정에서 야기되는 안전문제를 둘러싸고 재개발 반대 주민과 구청의 갈등이 극심해지자 부산 사상경찰서 정보관의 주선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사상구청과 주례2구역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에 따르면, 면담에서는 미이주세대가 많은 데도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주민들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내용이 주로 논의됐다.
그 과정에서 철거 건물 대부분이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진 주택이라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당시 면담에 참석한 주민 정경필(65)씨는 "주례2구역에 남아있는 주민 대부분이 건강한 젊은이들이 아니라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돼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면담에 함께 있던 한 공무원이 "석면 피해는 30년 뒤에나 나타난다"는 발언을 내뱉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곧바로 한 주민이 "나이 든 사람들은 석면을 마셔도 된다는 말이냐"며 "공무원이 어떻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송 구청장이 급히 석면이 아닌 철거방법으로 화두를 전환해, 사과 없이 이날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장과 면담에 참석했던 공무원은 주민들을 이해시키려는 대화 과정에서 석면 피해에 관한 얘기가 나왔지만, 악의를 가지고 한 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송숙희 사상구청장은 "주민들의 거센 민원에 사실상 공무원들의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며 "주례2구역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안타깝지만, 그로 인해 구청 역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재개발 지역 내 철거를 앞둔 석면 건물 위치 등을 알려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구청이 지금까지 보름 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도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석면피해예방지원센터는 "철거지역의 석면 관련 조사 내용은 주민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정보"라며 "구청이 당장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사상구 토지정보과 담당자는 "재개발 반대 주민들이 요구하는 정보는 주례2구역 조합 측에서 비공개 요청을 해와서 당장 공개할 수 없다"며 "조합 측의 비공개 요청에도 지난 14일 구청은 전면 공개를 결정했지만,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 요청이 있는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뒤늦은 전면 공개 역시 구청이 주민들의 건강권을 염려해 내린 결정이기보다는 주민들의 민원 등쌀에 못 이겨 내린 것이라고 주민들은 보고 있다.
실제, 구청이 전면 공개를 결정한 14일은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의 주민들이 구청으로 찾아와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던 데다, 석면피해예방지원센터에서 구청과의 전화 통화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던 날이라 뒤늦은 공개 결정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석면피해예방지원센터 최경미 이사장은 "석면은 남녀노소 불문 모두에게 위험한 물질이다"며 "공공기관이 초등학교에서 발생하는 석면 피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대처하면서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하는 석면 피해는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거 과정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석면은 터파기 등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공사 기간 내내 작업자들과 주민들은 물론 2㎞ 떨어진 지역에까지 석면 성분이 날아가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출처 : 노컷뉴스 / 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