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 한 공장 가건물에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이곳에서 박종훈 도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 필기구 등이 발견됐다. 서명부 600여 권에는 이미 허위 서명이 끝난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함께 발견된 것은 2만 4000여 명 도민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이었다. 주민소환 허위 서명에 도민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올해 초 경남을 뜨겁게 달군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사건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찰 손으로 넘어간 사건 핵심 중 하나는 불법서명에 사용된 '도민 개인정보 출처'였다.
5개월가량 수사 끝에 경찰은 도민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 출처가 도내 병원 3곳과 건강 관련 모 협회, 음식점업 관련 협회 등이라고 발표했다. 수사 과정에서 박권범 전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복지보건국 소속 사무관이 공모해 개인정보를 이들 기관으로부터 불법으로 제공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만 19만여 건에 달했다. 더군다나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고위 공무원이 관계 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아 '주민소환 불법서명'에 사용토록 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도선관위에서 압수한 허위 서명지,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 등 증거물 모습.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도서 대출 실적을 허위로 부풀린 창원시청 사서직 공무원 32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이 가운데 공무원 5명은 2013년 1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도서관 회원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사용, 도서 대출 실적 총 4180권을 올린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를 받았다.
성과평가 시스템(BSC)상 도서관 평가 고유지표인 '1인당 도서대출권수'를 부풀리는 게 이들 목적이었다. 우수한 성과 평가를 받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무단 사용한 셈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제1조에서 법률의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법은 개인정보의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법률에서 말하는 무형의 권리 피해도 있지만, 안전이나 재산에 유형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강조된다. 누군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범행에 사용한다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앞선 사건들을 담당했던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범죄 사례는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사건들은 전국적으로 경종을 울릴 사안들이었음에도 잊히는 것을 보면 아직 개인정보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