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자 정보가 담긴 문건을 유출한 공무원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자 정보는 직무상 비밀이라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신속히 공개돼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4단독 김정환 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화성시 공무원 ㄱ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ㄱ씨는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해 6월 시 보건소가 작성한 ‘메르스 현황보고’ 문서를 촬영한 파일을 입수해 지인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문서는 메르스 감염자들의 인적 사항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화성시 내부 비밀에 해당했다. 유출된 뒤 인터넷 카페에 퍼져 논란이 됐다.
하지만 법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국가의 정보 차단으로 인해 대규모 혼란이 생긴 점을 언급하며 “당시 이 사건 현황보고는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보라기보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신속히 공개돼야 할 정보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문건을 유출한 시점은 괴담이 퍼지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고 혼란이 야기되면서 메르스 관련 정보가 풀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전염병 상황에서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은 “당초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발병 초기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해 노출자 정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결국 메르스는 정보의 공유가 필요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불필요한 불안감 해소뿐 아니라 추가 감염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역대책의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가 청와대로부터 각종 정보를 건네받은 것이 밝혀지며 공무상비밀누설죄 성립요건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의 유출로 인해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거나 사회적 혼란이 초래돼야 처벌 요건이 성립한다.
출처 : 경향신문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