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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린 그림과 특별한 그림의 차이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호준이와 3학년인 태균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가지고 논 장난감은 ‘물감’이었다. 엄마 최순주씨가 돌 무렵부터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물감을 줬기 때문이다. 크레파스나 물감 등을 손에 쥐어 주면 입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는 엄마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난감은 없다.

“아이들은 엎드려 기기 시작할 때부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아이들이 무심코 쏟아진 우유를 툭툭 치면서 장난을 치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자기  표현이에요. 엄마가 주의 깊게 살펴봐 주기만 한다면 미술재료는 돌 무렵부터 쥐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최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때문에 미술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 그리고 가능성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일찍부터 해오던 터였다. 게다가 두 아이 모두 ‘선천성 거대 결장’이라는 병을 안고 태어났다. 큰아이 호준이는 생후 1년 동안 장이 원위치를 찾기까지 네 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고 둘째 태준이도 같은 이상을 안고 태어났다. 그나마 태준이는 형만큼 상태가 심하지 않아 회복이 빨랐다. 두 아이 모두 힘든 상황이었기에 최씨는 ‘미술놀이’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수술과 입원을 거듭하며 남다른 스트레스를 받았잖아요. 그래서 성장이나 발육이 늦었어요. 몸집도 왜소하고 말도 뒤처졌죠. 그래도 둘째는 형보다 체력이 좋아 금방 회복돼 또래 아이들을 쫓아갔는데 첫째 호준이는 아직까지 언어 치료를 받고 있어요. 물론 아이들이 아프지 않았어도 미술활동이나 놀이를 했을 거예요. 유아 시기에는 글자나 숫자공부보다 미술놀이가 인지발달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아팠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표현의 창구’가 더 절실했고 그런 면에서는 ‘미술놀이’가 제격이었죠(웃음).”

아이들이 주로 했던 놀이는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자유롭게 그리기다. 물을 무척이나 좋아한 두 아이는 욕조에서 물감놀이하는 것도 무척이나 즐겼다. 손에 힘이 생기기 시작하고부터는 점토놀이나 모래놀이도 아이들의 즐거운 취미생활이 됐다. 던지고 자르고 찢고 붙이고…. 위험하지만 않으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거의 제재를 하지 않았기에  크레파스나 물감 등 미술재료를 한 박스씩 사둬도 금방금방 바닥을 보이곤 했다.

“가끔 아이아빠가 물건을 너무 낭비하는 것 아니냐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기도 했죠(웃음). 그래도 아이들에게 ‘하지 마 안 돼’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거의 아이들이 하는 대로 두고 보는 편이에요. 아이들 따라다니면서 치우는 것도 일이었어요. 여기저기 잔뜩 칠을 해놓는데다 둘이 한꺼번에 어지르면서 노니 좁은 집 전체가 난장판이 되곤 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욕실에서 노는 거예요. 아이들이 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다가 따로 스케치북을 주지 않아도 욕실 타일이 아이들한테는 캔버스가 되는 거예요. 물에다 물감을 풀어서 놀기도 하고 점토놀이나 모래놀이도 욕실에서 해요. 다 놀고 나서는 물로 씻어 내기만 하면 되니까 청소도 간편하고요.”

작은 종이보다는 큰 종이를 무엇을 만들기보다는 던지고 자르고 찢기부터 하게 했다는 최씨.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이 가진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말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있어요. 유아들은 스트레스가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죠. 아이들도 다 알거든요. 부모의 사소한 다툼 분위기 소음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도 있죠. 좀더 자라면 학업스트레스에 형제나 또래들과의 비교 스트레스 등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스트레스가 많아요. 미술놀이는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발산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안에 있는 것을 무조건 표현해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먼저 찌꺼기 같은 감정들은 발산시키고 그 다음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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