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과 출산율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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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저소득층보다 아이를 덜 낳기 시작한 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밝혀졌다. 출산율은 양육비 부담 등으로 통상 고(高)소득층일수록 더 높게 나오는데 최근 월 소득 300만~400만원대의 중산층이 월소득 200만~300만원대보다 더 적게 아이를 낳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적게 낳아 집중투자하겠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이 늘고 정부도 저소득층 위주로 저출산 정책을 펴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은 최근 7년간(2003∼09년) 배우자가 있는 35∼44세 여성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말했다.

2003년만 해도 월 소득 300만~400만원의 중산층 가구와 200만~300만원 가구의 출산율을 비교했을 때 각각 2.06명과 1.95명을 기록해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공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2008년까지 이어온 이런 추세는 지난해부터 변화를 보여 출산율이 각각 1.95명과 1.97명을 기록 소득이 더 높은 가구가 아이를 더 적게 낳는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소득 5분위(소득에 따라 전체 가구를 20%씩 구분한 것으로 1분위가 소득이 가장 낮고 5분위가 가장 높다)를 기준으로 한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에는 1분위 가구의 출산율이 1.81명 2분위는 1.91명 3분위는 1.93명 4분위는 2.01명 5분위는 2.07명 등으로 고소득일수록 출산율도 높았다. 그러나 2008년부터 4분위 가구(1.95명)와 3분위 가구(1.97명)의 출산율에서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작년엔 4분위 1.94명 3분위 1.98명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통계개발원 이재원 동향분석실장은 ""예상 외로 연봉 4000만원 안팎의 전형적인 중산층이 출산을 꺼리고 있어 충격적이었다""며 ""이는 '다(多)자녀=부(富)의 상징'이란 공식을 흔들 정도로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번 분석은 어떤 집단에서 어떤 속도로 출산력이 감소하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보건복지부 김용수 저출산정책과장은 ""월소득 300만원대의 중산층의 경우 아직 본인 소득은 부족하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 아이를 적게 낳아 집중투자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저출산정책 대상을 저소득층에 집중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작년 7월 이전만 해도 저출산 대책의 대부분을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절반 이하인 저소득층에 집중했다. 그러나 중산층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조짐을 보이자 작년 7월 이후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으로까지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8-24 03:09 최종수정 2010-08-24 16:38
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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