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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국경보다 더 높은 '지자체 간의 벽'
2013. 0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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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여 전 출범한 참여정부에 대해 걸었던 국민들의 기대는 대단히 컸다. 특히 분권과 자치에 대한 의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확고했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큰 희망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 높은 관심.기대와는 달리 지난 4년간의 자치와 분권의 성적표는 크게 실망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1500여 개가 넘는 국가 사무가 지방에 이양됐고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가 도입돼 참여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자치경찰제는 법안만 만들어 놓은 채 시범실시조차 못하고 있고 교육자치제의 개선은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 게다가 6500여 개에 이르는 특별행정기관의 정비는 손도 못댄 채 오히려 각 기관들의 독립적 지위와 역할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난 기간 지방자치의 활성화 차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사실상 지방자치는 지역에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인정할 만하다. 왜냐하면 그간 갖은 정치적 혼돈과 대립 일촉즉발의 안보위기를 초래한 북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성숙한 모습 속에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사회가 동요하지 않으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주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중앙정국의 불안이 지방으로까지 파급되는 현상을 최소화함으로서 지역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각 자치단체들이 경제회복과 주민복지 향상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와 분권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 되었다. 세계적인 추세 한국의 국가발전 단계 그리고 우리 국민의 민주시민의식을 놓고 볼 때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앙집권형 국가 관리체제를 과감히 타파해야만 정부와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세계 일류국가 도약의 꿈이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지방분권형 국가경영체제의 전환을 위해선 지역사회에 지방자치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것이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지자체들이 행정구역을 초월해 인근 자치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공동 현안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관할 행정구역 위주의 폐쇄적인 행정관행에 빠져 있고 자치단체 간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의 미비 그리고 단체장과 공무원들의 의식과 능력의 결여로 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경보다 더 높은 담을 쌓고 있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선진 외국의 지자체들은 국경을 초월해서까지 대단위 권역을 설정하고 경제의 활력과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통.환경.취업.치안.지역개발 등의 문제를 상생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따라서 각 자치단체들은 행정구역을 초월한 대단위 생활권 내지 경제권역을 설정하고 그 단위 내 지역의 역량을 총결집할 때가 됐다.

육동일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충남대 교수ⓒ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