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잉기」
<8.24> 가습기살균제 참사, 박근혜와 정부 대신 공무원노조가 사과했다
작성일 : 2016년 08월 24일   view 21,982
  23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이 속한 공공성강화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만 공무원을 대신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향해 대국민사과를 전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배석한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오늘 공무원노조의 사과 기자회견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한 진일보”라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투본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 등 3개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일방적인 각종 노동현안 강행에 맞서기 위해 공공성강화를 목적으로 뭉친 조직이다.

공투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실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는 그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그래서 저희 공무원들이 대신 피해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100만 공무원을 대표해 사과를 회피한 정부를 대신해 국민 여러분께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면서 “정부는 부실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그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인 만큼 당연히 사과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박근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를 대하는 행태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 18일 정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3차 판정결과와 관련해 “판정대상 165명 중 35명만이 지원대상인 1~2등급을 받았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 자체도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대다수 피해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아예 막아버리는 불통 정부”라고 맹렬히 비판하고 “지난 3차 피해판정에 대한 판정거부에 대해 우리는 뜻을 함께 한다”고 선언했다.

전공노 이충재 위원장은 이날 연대발언을 통해 “이 자리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서야 할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진정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 이 현실을 개탄하면서 하위직 공무원 대표자들이 여기 서 있다”면서 “사건 발생 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사과하게 돼 참으로 죄송하다”고,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공투본 유영록 공동위원장은 "노동조합 대표들은 유가족과 국민여러분들에게 무한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속 깊이 사과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공무원으로서 유가족과 국민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유영록 위원장은 “현재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는 4500명, 사망자는 870여명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도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단 하나의 자국민을 살리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 정부인데, 정부는 도의적인 사과 한마디 없음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100만 공무원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영록 위원장은 이어 “지난 7월부터 진행되는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의 국정조사를 대환영한다”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한 점 숨김없는 진실규명과 피해자 신속한 배상, 또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사후대책이 수립되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공투본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대국민사과문을 전달했다. 사과를 받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피해자들은 언제나 진정어린 사과를 받길 원했다. 그래야 다음 일들이 진행되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공무원 노조의 사과는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고, 이날 동행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날 공무원들의 사과를 반가워하면서도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다면서 울분을 토로하며 눈물을 훔쳤다.

강찬호 대표는 “공무원 노조의 사과가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참담하다. 대통령 사과, 가해기업의 사과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받은 사과기 때문”이라면서 “도의적인 사과라도 하지 않는 정부를 바라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상상조차 어렵다”고 그간에 참담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강찬호 대표는 또한 “정부가 사과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직접 사과하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면서 “현장 조사와 기관보고를 통해 느낀점이 많다. 가장 가슴 아픈 점은 4000명이 넘는 피해자 800명이 넘는 사망자가 있는 사건에서 대한민국정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공무원 노조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함에 있어 피해자들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날의 심경을 밝혔다.

강찬호 대표는 끝으로 “사태 발생 후 5년 만에 공직에 계신 분들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오는 28일 여는 5주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를 떳떳하고 당당하게 진행하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 및 국민에 대한 사과와 제대로 된 배상, 철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규명을 요구하고, 기자회견 직후 유족 대표 등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또한 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사과를 촉구했으나 이들은 사과를 거부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로 인해 2,979명이 죽거나 다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 가운데 627명이 사망신고였고, 생존 환자는 2,352명이었다.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조사되고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4,261명이며 사망자는 853명, 생존환자는 3,408명에 이른다.

출처 : 한국인터넷언론인협동조합 /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기자 : 퍼블릭 웰(e-mail : jjpw@jjp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