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약국 단속 정보가 부산시약사회에 고스란히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약사회의 도덕성은 물론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의 허술한 약사 지도행정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시약사회는 부산시의 약국 암행단속 계획을 날짜와 단속 대상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관리 인력의 한계로 시 자체적인 단속이 불가능한 만큼, 단속인력 차출을 위해 일선 구·군이나 보건소의 협조를 얻는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짚어 볼 수 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할 단속 정보를 약사회에 유출한 공무원은 마땅히 엄한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부산시와 일선 구군의 안이한 대응 문제도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비약사 판매 행위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태도다.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이른바 비약사 판매는 환자 응대에 바쁜 약사들의 현실을 핑계 대기엔 부작용과 문제점이 너무 크다.
약사들 스스로 강조하듯 약화사고나 약물 오남용의 피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약사만이 의약품을 취급하도록 한 현행 법률을 어긴 범법행위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약사면허가 없는 약국 직원은 약사 카운터 밖에 전시된 '오픈 매대'의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거나, 환자가 직접 상품명을 말하며 특정 약품을 요구한 경우, 약사의 지시에 따라 약품을 대신 전달하는 행위 정도만 허용된다.
판매 수당을 지급하는 전문적인 판매직원, 이른바 '카운터'를 고용한 일부 약국들의 경우 매출을 높이려는 상술의 의도도 있는 만큼 약사의 도덕성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비약사 판매를 방치하는 관행은 비약사 제조나 면허대여 같은 더욱 심각한 불법을 부채질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비약사 판매 행위를 포상금을 받기 위해 '팜파라치'들이 노리는 약사들의 '실수' 정도일 뿐, 현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시민제보나 내부자 고발이 없으면 사실상 비약사 제조나 판매는 공무원 자체단속으론 적발이 힘들다는 변명도 잇따랐다.
공무원이 자체 적발한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판매 업소는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단 1건에 불과했다.
반면 시민이나 현장 약사들의 공익신고를 통한 적발 건수는 2014년 77건, 2015년 15건, 2016년 28건으로 무려 120여 건에 달한다.
현장약사들의 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지난달 27일 전국의 무자격자 약품판매 의심약국 34 곳을 신고했으며, 이처럼 한 번에 수십 곳씩 불법약국을 신고한 사례는 지금까지 25차례나 된다.
부산시나 일선 구군의 약무 담당자가 1명 뿐인 현실적인 한계도 있지만, 유관기관 합동 기획단속이나 일선 구군의 상시단속이 하나마나한 요식행위에 그치는 이유는 오랜기간 이어진 약사회와의 유착이나 단속정보 유출 때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부산시 보건위생과장은 "불법 약국에 대한 단속 책임과 권한은 기초지자체에 있으나, 단속정보 유출 등 상황이 심각한 만큼 앞으로 시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뒤늦게 부산시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후속 조치를 지켜볼 일이다.
출처 : 노컷뉴스 / 강동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