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공무원 사회가 '여성 숙직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의 여성 공무원 비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면서 여성도 숙직을 서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이에 맞춰 자칫 성(性) 대결 구도가 조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3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영도구지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여직원들도 숙직 같이 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조합원은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는데 남자들만 죽어난다"며 여성 직원들의 숙직 동참을 요구했다. 금정구지부 자유게시판에도 지난 10일 "남성 직원의 숙직 주기가 점점 짧아져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내용의 글이 실렸다.
해당 글에는 각각 수십 개의 댓글과 답글이 달리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또 페이스북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노조 게시글이 공유되며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공무원 사회의 숙직 논란에 가담하는 모양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청의 숙직 근무는 모두 남성만 선다. 숙직 근무자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을 새워 관내 상황을 확인한다.
여성 공무원들은 주말과 공휴일 낮 시간대 상황실을 지키는 '일직' 근무로 근무를 대신한다. 한 남성 공무원은 "10년 전 만 해도 두 달에 한 번 꼴이던 숙직 근무 주기가 최근 월 1회 정도로 짧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숙직 논쟁이 재점화된 데에는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아진 원인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부산의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37.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243개 기초자자체 중 여성 공무원 비율도 동래구(54.4%), 금정구(53.8%), 연제구(53.1%)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숙직 논란에 대해 여성 공무원들도 할 말이 많다. 한 여성 공무원은 "제도의 불합리성을 성대결 구도로 몰고 가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태도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공무원은 "숙직비도 받고 대체휴무도 쓸 수 있는 숙직을 하고 싶어하는 여성도 많다"고 항변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영 교수는 "'남성도 하니 여성도 하라'는 식의 관점으로 숙직 문제를 들여다봐선 안 된다"며 "여성이 야간에 노출될 수 있는 여러 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이뤄졌을 때 여성도 숙직 업무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출처 : 부산일보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